볶음밥은 흔하게 집에서 쉽게 만들어 먹는 음식이지만 맛있게 제대로 만드는 것은 그리 쉽지는 않다.
볶음밥이란 질척하거나 밥이 떡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식당에서 철판에 눌어붙게 만드는 볶음밥은 볶음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건 그냥 양념 눌은밥이다.
- 밥이 가장 중요. 볶음밥에 적합한 쌀을 사서 된밥을 지어라.
- 햇반을 데우지 말고, 그릇에 넣은 다음 밥알이 모두 떨어지도록 부셔서 볶음밥에 사용하는 것도 괜찮은 편이다.
(햇반이 가열되면서 떡지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서 빨리 기름 코팅시켜야 한다.. 힘들다 정말) - 수분이 많은 재료는 미리 충분히 볶아서 수분을 날려주어야 한다.
- 밥을 볶는 중간에 계란 까넣지 말자. 잘 만들던 볶음밥을 망하게 한다.
이 정도 원칙만 잘 지키면 볶음밥이 이전보다 맛있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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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과정
볶음밥, 김밥, 초밥은 된밥이 잘 지어지는 쌀 품종을 쓰는 것이 좋다. 신동진 쌀이 가장 적합한 쌀이라 알려져 있어서 신동진 쌀을 주로 사다 먹는다. 쌀을 살 때 주의할 점은,
- 도정 날짜가 근래인 것이 좋다.
(쿠팡 같은 온라인 마켓은 식품류 재고가 오래되었을 확률이 높아서, 일반 마트나 시장에서 도정 날짜 체크하고 사는 것을 추천한다) - 밥 맛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5kg, 10kg 짜리 소량을 자주 사다 먹는 것을 택하자. 도정 이후 쌀이 계속 마르기 때문에 20kg 같이 소비가 금방 되지 않는 쌀을 사면 후반부에는 묵은쌀을 먹게 된다.
볶음밥을 메뉴로 정한 날은 항상 밥을 새로 만든다. 먼저 쌀을 맑은 물이 될 때까지 10회 정도 충분히 씻어주고 사진처럼 체에 담아 30분 정도 마른 불림을 해준다. 된밥을 지어서 볶음밥을 하게 되면 가뜩이나 수분이 적은 된밥인데 팬 위에서 볶아지는 동안 남은 수분이 계속 증발하면서 쌀알이 딱딱하게 익는다. 그렇지만 마른 불림을 해주게 되면 쌀 내부에 미리 소량을 물을 흡수시킬 수 있어서 볶은 후에도 쌀알이 부드럽다.
마른 불림을 하는 동안 채소 재료를 손질한다. 가장 좌측은 양파가 아니라 샬롯인데, 샬롯을 구입한지 시간이 좀 지나서 양파 대신 사용했다. 샬롯은 맛과 향이 진해서 볶음 요리에 사용하면 훨씬 풍미가 좋다.
쿠팡의 리뷰를 보다가 코로나 기간 동안 양파 재고가 없어서 샬롯을 대신 산 사람들이 어떤지 잘 모르고 악평을 달던데, 쓴웃음이 났다.
베이컨도 작게 썰어준다. 베이컨은 한 장씩 떼다가 슬라이스 하지 말고 뭉텅이 채로 슬라이스 하면 더 편하다.
밥이 다 지어지면 사진처럼 넓은 그릇에 펼쳐두고 한 김 식혀준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수분(김, 수증기)을 날려서 볶는 동안 밥알이 서로 끈적하게 달라붙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좀 더 전문적으로 이야기하면, 이런 반응을 전분의 호화 반응이라 한다. 녹말이 들어있는 식품들을 조리할 때 수분과 열을 만나면 전분이 호화되면서 끈적한 성질이 띄게 되는데, 볶음밥에서 호화를 잘 제어하지 못하면 질척하거나 떡진 볶음밥이 만들어진다. 볶음 기술이 아주 좋아서 재빨리 쌀알들을 기름으로 코팅할 수 있다면 이런 과정은 필요가 없어질 수 있다. 호화의 반대 작용은 노화 반응인데 끈적해진 전분이 식으면서 다시 수분을 토해내고 딱딱하게 변하는 과정이다. 실온에 놔둔 빵이 마르고 맛이 없어지는 것이 노화 반응이 되어서 그렇다. 이 과정을 요리에 응용한 것이 모찌리도후를 만드는 방법이다.
그리고 소금을 밥 위에 약간 미리 뿌려준다.
차가운 팬에 파와 기름을 넣고 온도를 올려준다. 기름에 향을 입힐 때에는 재료를 상온에서부터 기름과 함께 온도가 올라가게 하면서 볶아야 한다.
파가 노릇하게 변하기 시작하면 파프리카를 먼저 넣는다. 파프리카는 잘 익히면 단맛을 주지만 풋내가 나기 쉽고 수분이 많기 때문에 처음부터 넣어서 냄새와 수분을 증발시켜 준다. 파프리카가 어느 정도 익으면 베이컨을 넣는다.
이 타이밍을 잡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는데, 보통 수분이 많은 재료들이 팬에서 볶아질 때에는 물이 끓어야 해서 온도가 잘 올라가지 않다가, 수분이 어느 정도 제거되면 기름에 볶아지기 시작하면서 볶음 소리가 커진다. 소리가 달라지면 재료를 넣으면 되고, 이것도 어렵다면 2분 열심히 센 불로 볶는다고 생각하자.
볶음밥을 하는 동안은 계속 센 불로 유지한다.
양파(샬롯)보다 당근을 먼저 넣는다. 당근이 익힘 시간이 길기 때문에 이렇게 하였다.
당근을 넣고 볶다가 팬의 가운데에 자리를 만들고 진간장을 한 스푼 넣어준다. 진간장은 순식간에 끓어오를 것이다. 5~10초 정도 후에 다른 재료들과 섞어준다. 이렇게 하면 간장 눌은 향을 재료들에 입혀줄 수 있다. 백종원의 유튜브에서는 이것을 불향 입히는 것이라 하는데, 불향이 사실 그리 세게 나지는 않더라.
이후에 양파(샬롯)을 넣고 소금을 한 꼬집 집어서 밑간을 해준다. 그리고 재료들을 다시금 볶아준다.
식힌 밥을 팬에 넣고 볶아준다. 밥이 탈 수도 있어서 팬을 불에서 잠시 내려서 재료, 기름과 잘 섞은 후 다시 불에 올리고 하는 것을 반복하면 쉽게 볶을 수 있다. 잘 휘지 않는 튼튼한 국자가 있으면 꾹꾹 세게 누르면 밥알을 분리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중간에 간을 보고 필요하면 소금을 좀 더 친다.
마지막에 불을 끄고 후추를 2~3번 뿌린 다음 슬쩍 볶아주면 완성이다.
재료
볶음재료
- 베이컨 80g (3줄 정도)
- 파프리카 1/2개
- 양파 1/2개 (또는 샬롯 3개)
- 당근 1/2개
- 파 1/2개
- 밥 2인분
- 소금
- 후추
- 진간장 1스푼
- 식용유 1/3컵
재료 준비
- 쌀은 마른불림 후 된밥을 짓는다.
- 파프리카, 양파, 당근은 다이스 쳐준다. (사진 참고)
- 파는 반으로 가르고 얇게 슬라이스 한다.
요리 순서
- 달구지 않은 팬에 식용유, 파를 넣고 센 불로 올리면서 파를 볶는다.
- 파가 노릇해지기 시작할 때 파프리카를 먼저 넣고 볶는다.
- 베이컨, 당근 순서대로 볶으면서 넣는다.
- 양파를 마지막에 넣고 숨이 죽을 정도로만 볶다가 가운데 자리를 만들고 진간장을 넣어 진간장이 살짝 눌게 만든다.
- 간장을 재료와 기름에 충분히 섞어주면서 볶는다.
- 소금 밑간을 살짝 한다.
- 밥을 넣고 국자, 뒤집개 등을 활용해서 볶는다. 불에서 잠시 내려 잘 섞고 다시 올려서 볶고 하는 것을 반복하면 쉽게 할 수 있다.
- 간을 보고, 불을 끈 후 후추를 뿌린 다음 잠깐 볶고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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