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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 해킹 Lab

홍콩 완탕면 육수 따라잡기

by Richo.papa 2019.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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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구글 같은 검색엔진으로 찾을 수 있는 한국어로 된 완탕면 레시피 관련 콘텐츠는 완탕(만두)을 빚어내는데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는 반면에 육수에 대한 고민이 많이 없는 것 같다. 대부분 치킨스톡을 사용하는 레시피를 소개하는데, 물론 쉽게 따라 하기 위해 그렇게 한 부분도 있지만 다른 방법이 소개된 것이 없는 것이 아쉬웠다.

외국 요리이기도 하고 해서 영어로 검색을 많이 해보았고 실제로 육수를 몇 번 만들어보니 생각이 정리되는 부분들이 있어서 기록해두려고 한다.

#1. 영어 콘텐츠 중 읽기 좋았던 것

우선 한국어로 블로그나 유튜브 자료들을 살펴본 후 영어로된 콘텐츠들도 검색을 해보았다. 마침 아주 잘 작성된 글이 있어서 여기에 소개한다.

아래 링크의 영어 글은 글쓴이가 완탕면에 대해 알고 있는 것들을 차분한 어조와 스토리 있는 구성으로 작성한 것이다. 단순하게 레시피 하나만 달랑 전달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가족들이 요리하던 방식, 요리할 시간이 부족할 때, 넉넉할 때 어떻게 하는지 등 넓은 시야에서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우리가 한국의 김치찌개에 대해서 글을 쓴다고 하면 맛있게 먹었던 추억이나 우리집만의 특별한 조리법, 고깃집에서 주로 내어놓는 방식, 캠핑 같이 재료에 제약이 있을 때 어떻게 요리할지 등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현지 분이 어려서부터 먹어왔던 완탕면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을 술술 풀어서 써놓은 글이다.

 

wonton soup - meat loves salt

Thanks to our Cantonese roots, my dad made lots of Hong Kong-style wonton soup while we were growing up. His wontons are characterized by the addition of finely chopped, almost ground, shrimp in the filling, and sometimes, he even uses crabmeat for an extr

www.meatlovessalt.com

이 글을 비롯하여 다른 레시피들을 읽어보면 완탕면 육수 스프를 쓰는 가장 간단한 방법부터 치킨스톡, 돼지뼈, 닭뼈, 말린 가자미 등을 하나 이상 조합하여 사용한다고 한다. 뼈를 사용한 육수를 만드는 방식들은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되어 있고, 말린 가자미가 항상 기본으로 조합되는 것으로 보인다.

#2. 치킨스톡으로 첫 시도

현지 완탕면을 먹고 며칠 후 바로 완탕면 만들기에 도전했고 치킨스톡과 다시팩을 사용한 육수를 만들었다. 먹어보니 현지 맛과 어떤 점이 차이 나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맛을 잊어버리기 전에 재연해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완탕면 그릇을 처음 받아서 육수를 한 스푼 마셔보면 우선 짠맛, 그리고 감칠맛이 느껴진다. 그 외의 맛과 향은 분명히 있지만 아주 연하다. 미미하지만 고기 육수란 걸 알 수 있고 또 약간의 해산물 맛과 향이 느껴진다. 치킨스톡으로 만들어본 첫 번째 시도에서 바로 이 차이가 느껴졌다. 고깃국으로 예를 들자면 소고기 뭇국은 시원한 맛이 더 강한 반면 돼지국밥이나 설렁탕은 육수가 진하다. 완탕면 육수는 무겁고 진한 육수의 맛이 아니라 소고기 무국과 같이 담백하고 심플하다.

 

홍콩/광둥식 완탕면 (다시팩 /치킨스톡 육수)

처음 기록한 완탕면 레시피로 에그누들, 새우만두, 다시팩, 치킨스톡을 이용해 심플하게 요리할 수 있다. 돼지뼈 육수를 직접 만들어서 요리한 완탕면 레시피는 가장 아래에서 링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레시..

foodarchive.tistory.com

치킨스톡 버전을 만들어보고 돼지뼈로 육수를 다시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다.

#3. 돼지 육수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고민

돼지 사골 육수는 농축액, 농축분말을 인터넷에 쉽게 구할 수 있지만 한 단계 한 단계 맛을 진지하게 살펴보고 배우고 싶은 입장에서는 이런 방식들을 적용하는 건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돼지국밥 집에서 테이크아웃한 후 국물만 사용하는 것도 생각해봤지만 역시 얻는 것이 적을 것 같았다.

헌데 마침 갈비찜도 먹고 싶은 시기여서, 돼지 등갈비를 사용해서 베이스 육수를 만들고 남은 등갈비는 양념해서 등갈비찜으로 해먹기로 마음먹었다. 보통 돼지 사골 육수, 돈코츠 육수는 돼지 등뼈를 많이 사용한다고 한다. 싸기도 싸고.

한편 인터넷 검색으로 찾을 수 있었던 등갈비찜 레시피들이 초벌로 삶은 물을 어떻게 할지 써놓지를 않아 많은 사람들이 아까운 고기 육수를 하수구로 버렸을 것 같다.

#4. 어느 단계의 우려낸 물을 완탕면 육수로 사용할지

등갈비찜은 대략 다음 순서로 조리된다.

  • 고기를 씻고 손질하고 핏물을 빼기
  • 고기 누린내를 잡아줄 재료와 함께 등갈비를 초벌 삶기
  • 최종 등갈비찜 양념을 준비해서 초벌 삶은 등갈비를 재어놓기
  • 양념된 등갈비를 삶아서 완성 

여기서 2번 부분에서 삶아진 물을 완탕면 베이스로 활용하려고 한다.

#5. 돼지 냄새를 어떻게 잡을 것인가

한식에서 돼지고기, 뼈를 삶을 때 커피, 생강, 월계수잎, 후추, 마늘, 파, 된장 등을 활용해서 돼지 냄새를 잡는다. 반면 완탕면은 다르게 냄새를 제압한다고 한다. 

구글에서 영어로 완탕면 육수 레시피를 찾아보면 대부분 Pork bone(돼지뼈)과 Dried flounder(말린 가자미)를 같이 쓴다고 한다. 왜 같이 쓰는지에 대한 설명을 쉽게 찾을 수 없었는데, 뒤지다 뒤지다 겨우 국내 한 언론이 청키면가 무교점을 인터뷰한 기사에서 그 내용을 찾을 수 있었다.

개운한 국물 맛의 비결은 광둥식 탕 요리에 많이 사용되는 말린 가자미포(脯)다. 살을 뜨고 난 뼈를 중국 남부의 강렬한 태양 아래에서 바짝 말린 가자미포는 돼지고기 육수의 느끼함을 생선 본연의 비린 맛으로 가려주는 효과가 있다. 운동경기로 치면 헤비급 선수를 단숨에 라이트플라이급 수준으로 바꿔준다고 할까. 다만 국물이 식으면 비린내가 약간 날 수 있으니 가급적 뜨거울 때 먹는 게 좋다.

또 청키면가에서는 광둥 현지 맛을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 달걀면(에그 누들)을 쓴다. 청키면가를 운영하는 김재형 제스코푸드 대표는 “음식에 쓰이는 달걀면은 모두 홍콩 현지에서 생산된 것을 그대로 들여오고 있다”고 말했다. 달걀면은 굵기는 일반국수의 절반이지만, 뜨거운 국물에 삶아도 쉽게 퍼지지 않는다. 설익어 꼬들꼬들한 라면 면발을 연상하면 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입니다 (http://food.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8/13/2014081302682.html)

가자미는 우리나라 근해에서도 흔한 생선이라 선어물, 건어물이 많이 유통되는데, 가자미 건어물 제품 대부분이 반건조 가자미였다. 아마 제사상에 올라가는 가마지 전에 반건조 가자미가 많이 활용되어서 그런 것 같다. 아무튼 원 레시피 들은 완전히 건조된 가자미 포를 사용해야 한다고 했는데, 국내 인터넷으로는 전혀 구할 수가 없어 보이고 (차이나 타운 같은 곳에 가면 있을 것 같긴 하다) 아마존으로 구매 가능한데 글로벌 쉬핑 대상이 아니라서 배송 대행을 해야 할 것 같고.. 아무튼 다음에 동남아시아 여행 가면 현지에서 파우더 형태로 사 오는 것으로 하고, 대안을 찾아보아야 했다.

#6. 말린 가자미를 무엇으로 대체할 것인가

'요상한 식당' 이란 프로에서 송훈 셰프가 완탕면을 만들었다는 기사에서 힌트를 얻었다.

그래서 근처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황태포를 써보기로 했다. 단 채(황태채, 북어채) 형태는 안 되고 온전히 머리가 붙어 있는 것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머리에서 육수 맛이 나오기 때문이다.

사용한 등갈비는 등갈비찜으로 요리할 것이기 때문에 고기 본연의 맛을 너무 많이 국물로 빼내어도 안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짧은 시간 쉽게 국물로 우러나기 좋도록 반으로 갈라놓은 황태포를 쓰기로 마음먹었다. 어차피 완탕면 육수가 진한 사골 육수 맛을 지향하지는 않기 때문에 이런 접근이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외에 사용할 수 있는 누린내 잡는 부재료는 생강, 월계수 잎, 후추, 마늘, 파 등이 있는데 육수 맛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향도 강하지 않도록 파와 후추만 사용해보기로 했다.

 

황태/등갈비 육수 만들기 (재료 재활용)

레시피를 바로 보시고 싶으시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요리 과정 황태포 껍질이 비린내가 심하게 날 수도 있어서 껍질은 제거하고 몸통, 꼬리, 머리는 미리 물에 30분 불려둔다. 물은 버리지 말고 육수 냄비에 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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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맛이 점점 가까워진다.

황태포와 등갈비로 육수를 만들고 완탕면에 사용하니 확실히 맛이 가까워졌다.

완탕면과 관련이 적은 이야기이긴 한데 육수를 만들 때 중요한 점은 센 불로 가열하면 돼지고기가 질겨진다는 점이다. 항상 약하게 끓도록 온도를 낮추고 30분 두어야 한다.

 

홍콩/광둥식 완탕면 (등갈비/황태 육수)

레시피를 바로 보시고 싶으시면 여기를 클릭하세요. 요리 과정 황태포 1마리를 육수 냄비에 넣고 30분 이상 불린다. 그리고 등갈비는 세척, 근막 제거 후 1시간 이상 물을 갈아가며 핏물을 빼준다. 등갈비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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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새로운 재료를 구하다.

그동안 Stock fish, Dried flounder 를 인터넷에서 구하기 어려웠는데 아마존에서 가루(Powder) 형태의 홍콩산 가자미 가루를 판매하는 것을 발견하고 바로 주문했다. 항공우편을 통해 약 10일 만에 물건을 받을 수 있었다.

외국에서 소개하는 육수 재료는 닭이나 돼지 뼈와 가자미 가루를 함께 사용해서 만들라고 되어 있다. 육수의 감칠맛은 기본적으로 아미노산에서 나오는데 그 바탕이 되는 것이 뼈나 고기에서 나오는 글루타메이트(일명 MSG)이며, 이 글루타메이트를 핵산계 아미노산인 IMP 나 GMP 와 조합할 경우 감칠맛이 더 많이 나온다고 한다. MSG 는 화학조미료로 알려져 있지만 그렇지 않고 채소, 과일을 포함한 모든 자연 재료에 포함되어 있다. 자연 재료의 단백질을 높은 열과 수분을 활용해서 육수로 뽑아내고 농축하는 과정이 길고 번잡하기 때문에 공장에서 대량으로 농축 가공한 후 각종 조미료의 감미료로 판매되고 있는 것이다. 돼지 뼈와 닭 뼈는 MSG 가 존재하는 재료이며 가지미 가루에는 어류에 주로 존재하는 IMP 가 들어 있다. 이 둘을 조합하는 것이다. (명확하게 분석하기 어렵지만 GMP 도 일부 포함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

기존에는 사포코(베트남 산) 에그 누들을 사용했는데 면의 굵기나 식감이 광둥식 완탕면과는 차이가 컸다. 같은 에그누들이라도 문화권이 달라서 그런 것 같다. 그래서 시중에 구할 수 있는 것 중 소우타우 에그 누들을 인터넷으로 구매해서 사용했다. 택배 배송이 되면 면이 다 깨지기 때문에 오프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기를 바랐지만 무리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인터넷 주문을 했다. 현재 광둥 스타일 에그누들은 이 제품만이 한국에서 유일하게 구할 수 있는 것이다.

돼지 등갈비와 말린 가자미 가루를 40분 간 중약불로 끓인다. 절대 팔팔 끓도록 두지 않고 항상 온도 조절을 해가면서 끓기 직전의 80~90도의 온도가 유지되도록 했다. 즉 시머링 온도를 유지했다. 마지막은 말린 새우와 참기름 20g 을 넣고 20분을 더 끓이고 마무리했다.

#9. 또 다른 숙제들

이번엔 국물 맛 하나 만큼은 거의 같다고 봐도 될 것 같았다. 감칠맛은 적절한 양의 염분이 함께 첨가되어야 맛이 느껴진다. 만들어진 육수 1리터에 코셔 소금 1스푼을 추가하고 육수를 끓인 후 면과 함께 완성했다.

이번 요리 후에 또 숙제아닌 숙제가 또 떠오른 것이 이런 것들이다.

  • 말린 가자미 가루는 말린 가자미를 오븐에 굽거나 기름에 튀기고 기름을 제거한 후 갈아서 만든다. 비싸지만 구하기는 더 쉬운 황태포를 이런 형태로 쓸 수는 없을까?
  • 말린 가자미 가루의 감칠맛이 처음에 첨가했을 때와 나중에 끓이고 나서 느낌이 달랐다. 감칠맛이 낮아지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건 왜 그럴까? 가자미 가루를 마지막에 새우와 함께 넣어야 하나? 다른 영어 레시피에서는 고기와 함께 처음부터 같이 끓이던데 왜 그런 느낌이 들까? 가자미 가루들이 바닥에 가라앉던데 그 가루들이 감칠맛 성분을 바깥으로 내보내지 못하고 가라앉아서 그런 걸까?
  • 약간의 생선 비린내가 국물에 기본적으로 나는데 다른 맛과 향이 느껴지지 않도록 조절하면서 비린내를 제압하는 재료는 없을까?
  • 말린가자미 가루를 사용하면 국물 전체에 가루가 퍼져 돌아다니기 때문에 가라 앉히는 과정이 필요했다. 스톡 피쉬를 한국에서 구할 순 없을까?

(숙제 부분들을 해결하면 또 다음 요리 결과가 업데이트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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