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하와이 하면 떠오르는 음식이 포케와 무스비이다. 마치 우리나라의 치킨과 분식처럼 무스비를 팔고 있는 식당이나 상점이 하와이에 흔하다. 무스비는 100여 년 전 하와이에 건너간 일본인들에 의해 개발된 음식으로 알려져 있는데, 일본인들이 모국에서 먹던 초밥 형태의 밥과 저렴하게 구할 수 있었던 통조림 햄(스팸)을 결합해서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미국인들은 통조림에 든 햄을 제대로 된 음식으로 인정하지 않았기에(지금도 비슷하다고 한다) 하와이에 주둔하는 미군들이 보급품으로 들여온 스팸을 싸게 내다 팔았던 모양이다. 그 후 오랜 시간이 지나 일종의 하와이의 향토 음식처럼 되어 관광지, 도심지 할 것 없이 팔고 있을 정도로 유명해졌다. 실제로 미국 내에서 스팸 소비량이 가장 높은 곳이 하와이라고 한다. 그리고 무스비는 괌이나 사이판 같은 미국령 동남아시아 쪽에도 종종 찾을 수 있다.
하와이의 와이키이 해변과 거리에서 유명한 무스비 가게에서 무스비를 사서 먹어봤을 때의 느낌은 이랬다.
- 스팸은 잘 구워져 있지만 너무 오래 굽지 않아 부드러워 밥알과 잘 섞인다.
- 밥은 기본 간이 쌀 알에 잘 베어 있고 간장 빛깔이 살짝 입혀져 있어 육수와 간장을 섞은 물로 지은 밥인 것으로 보인다.
- 밥알은 기름기로 코팅되어 있는데 다 된 밥에 기름을 섞거나 밥을 지을 때 기름을 육수와 함께 첨가한 것으로 보인다.
- 전분 기가 없어지지 않게 미지근하게 보관하다 팔거나, 레인지로 데워서 내어 놓는다.
이런 느낌을 토대로 기존에 알려져 있던 이런저런 무스비 만드는 방법은 무시하고 내 방식대로 만들어 보았는데, 꽤 괜찮아서 레시피로 올리게 되었다.
한 편 최근 20년 간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져 부대찌개의 존재와 또 부대찌개에서의 스팸의 색다른 재해석(?)이 SNS 에 퍼져서, 스팸 본사에서 자신들의 제품을 활용한 요리 레시피 북에 부대찌개가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기도 하다.
요리 과정 보기
먼저 육수를 준비한다. 전통적이면서 대중적인 방법인 멸치-다시마 육수를 끓인다. 그런데 밥이 흡수할 경우 맛이 옅어질 것이기에 평소보다 재료를 더 많이 넣어 진하게 육수를 우려내는 것이 좋다. 육수에는 쌀 200ml 당 소금 1/3 스푼 정도 추가해서 짠맛을 올려준다.
쌀 품종은 신동진 쌀처럼 김밥, 초밥 만들기 좋은 쌀을 굳이 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버터를 넣어 밥을 지을 것이기에, 오히려 밥 맛이 좋은 품종의 쌀로 밥을 지으면 된다. 대신 물은 살짝 된 밥이 될 정도로 조금 낮게 5% 정도 물을 줄여주는 편이 좋다. 씻은 쌀에 육수를 붓고 모자라면 물을 조금 추가한다. 그리고 약 0.5 cm 두께로 썬 버터를 넣는다. 쌀 200ml 당 대략 1/3 슬라이스쯤 쓰면 될 것 같다. 사진의 버터는 서울우유 무염버터를 수직으로 0.5 cm 정도의 두께로 자른 것을 통으로 넣은 것이며, 레시피의 쌀의 양은 600ml 정도이다.
밥이 되는 동안 스팸을 굽는다. 중강불로 구워주는데, 기름은 반 스푼 정도만 처음에 넣고 굽는다. 스팸의 두께는 0.5cm~1cm 정도 되는데 스팸 한 통을 자르면 7~8장 정도 나올 두께로 썰면 된다. 스팸이 너무 얇으면 밥 맛만 나고, 너무 두꺼우면 또 밥알과 싱크로 되는 느낌이 적어진다. 그리고 스팸은 한 면은 노릇노릇하게 굽고 다른 한 면은 살짝만 구워서 부드러움이 살아있게 해주자.
키친타월 위에서 살짝 기름기를 빼준다.
밥이 다 지어지면 잘 섞어주자. 전주비빔밥 비비듯 하지 말고, 주걱을 세워서 벌집 모양으로 촘촘하게 자른 다음 섞으면 밥알이 뭉개지지 않게 섞을 수 있다.
이제 무스비를 쌀 차례이다. 밥은 대략 2cm 정도 두께가 되게 하면 되는데, 골프공보다 살짝 큰 정도의 밥을 떠서 모양을 만들면 된다. 기름기가 있기 때문에 달라붙지 않아서 아주 편할 것이다. 밥은 살짝 쥐어서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게 해 주면 되고 스팸 모양으로 형성해주자.
그리고 길게 자른 김밥 김을 손에 얹고 사진의 모양대로 만들어진 밥과 스팸을 김에 얹은 후 허리띠를 두르듯 김을 밥 쪽에 모아주면 완성이다. 밥에 닿는 김은 잘 붙을 테지만 그 반대편 김은 접착력이 떨어질 것이기에 손가락에 물을 살짝 묻혀서 반대편 김에 묻혀주면 잘 달라붙는다. 조금 요령 생기면 더 타이트하게 김을 당겨서 감아주면 스팸과 김이 분리되지 않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스팸은 랩에 싸서 다니는 것이 거의 국룰(?)인데, 랩은 싸기 좀 귀찮다. 그리고 기름기가 랩을 뚫고 나오기 때문에 먹을 때 손에 기름도 많이 묻는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작은 1회용 비닐로 무스비를 싸고, 매듭 지을 필요 없이 타이트하게 졸라주기만 해도 사진처럼 도시락으로 들고 다니기 좋다. 무엇보다 기름이 배어 나오지 않아서, 손으로 먹기도 상당히 편할 것이다.
모든 재료
- 쌀 600ml
(계량컵이 없다면 6인분 정도 밥을 하고, 스팸이 모자라다면 더 부치면 된다. 그동안 밥은 수분이 날아가지 않게 비닐로 덮어두자.) - 2배 진한 멸치-다시마 육수 500ml
- 버터 0.5cm 두께 슬라이스 1장
(서울우유 무염버터 기준) - 소금 1스푼
- 스팸 2통
- 김밥김 2장
- 1회용 비닐 몇 장
재료 준비
- 김밥김은 1~2cm 두께로 가위로 잘라둔다.
(가위가 없다면 종이 자르듯 접고 접은 선을 칼로 잘라도 된다. 그런데 이쁘게 잘리진 않을 것이다) - 스팸은 0.5~1cm 두께로 자른다. 스팸 1통 기준 7장~8장 정도 나온다.
요리 순서
- 육수를 끓인다.
- 씻은 쌀에 육수를 붓고 쌀의 양의 맞추어 살짝 된 밥이 될 정도로 물을 맞춘 후 버터를 넣고 밥을 짓는다.
- 밥이 되는 동안 스팸을 부친다. 팬에 기름을 반 스푼 두른 후 부치는데, 한 면은 노릇하게 잘 굽고 다른 면은 살짝 노란 빛깔 나오게 하여 부드러움을 살려준다.
- 밥이 다 되면 주걱을 세워서 벌집 모양으로 자른 후 살살 섞는다.
- 골프공보다 조금 더 크게 밥을 떠서 손으로 스팸 모양을 만든 후 스팸에 얹고 모양을 잡아준다. 스팸과 붙는 쪽은 편평하게 다른 쪽은 살짝 구부러지게 한다.
- 길게 자른 김밥 김-스팸-밥 모양으로 얹고 허리띠를 두르듯 김을 둘러서 스팸과 밥이 분리되지 않게 고정해 준다. 김이 잘 안 붙으면 물을 살짝 바르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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