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루탐산
글루탐산은 19세기 중엽 독일의 화학자가 밀에서 분리하는데 성공함으로써 처음 알려지게 되었으며 약 40년 후 일본 학자가 다시마에서 추출한 글루탐산 결정체의 맛에 '감칠맛'이라는 새로운 맛으로 명명하게 됨으로써 감칠맛의 재료로 알려지게 되었다.
글루탐산은 MSG(Mono-Sodium Glutamate) 로 익히 알려져 있는데 글루타메이트에 1개의 나트륨이 붙어있는 것을 글루탐산염(MSG)이라 하며 나트륨이 2개 붙은 것, 칼륨, 칼슘이 붙은 것 등 다른 종류들도 모두 조미료로 인정한다.
글루탐산은 자연 식재료에 존재하는 물질이다. 말린 다시마 표면에 하얗게 말라붙은 물질은 소금이 아니라 글루탐산이 말라 붙은 것으로, 살림 9단 주부님들은 다시마는 씻지 말고 육수에 쓰라고 조언한다. 글루탐산을 씻어내지 말고 바로 써야 물에 녹아난다는 의미인 것이다.
자연 식재료에 존재하는 글루탐산을 화학적인 방법으로 대량 추출/농축한 것을 식품 회사들이 조미료로 판매하고 있다. 처음 감칠맛을 발견한 일본인 학자도 다시마를 대량으로 삶고 수분을 증발시켜 얻었다고 한다. 일부 잘못된 연구들이 대량으로 기사화되어 전 세계에 퍼지는 바람에 공장에서 만들어진 '인공물'이니 몸에 해롭다는 인식들이 많이 퍼져 있다. 그러나 미국 FDA, WHO 나 우리나라의 보건복지부는 글루탐산염(MSG)이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화합물이며 인체에 해가 된다는 것은 인과 관계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므로 일생 동안 섭취해도 괜찮다는 결론을 발표한 바 있다. 또한 대부분의 영양소가 1일 허용 섭취량을 제한하고 있는데 MSG 는 일일 섭취량 제한이 없다.
글루탐산은 자체적으로는 어떤 맛도 지니지 않지만 일정량 이상의 염분(글루탐산+염)을 같이 섭취할 경우 입에 끈끈히 남는 감칠맛으로 느껴진다. 짠맛과 감칠맛은 서로 상승시키는 작용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저염 음식을 만들 때 감칠맛을 적절히 배합하면 훨씬 적은 소금을 사용하여도 음식 간이 맞는 것처럼 느껴지게 할 수 있다고 한다.
요리와 글루탐산
아래는 올리브매거진에 정재훈 님 기고하신 글을 일부 발췌하였다.
글루탐산은 고기 단백질의 주성분 중 하나로, 동물성 단백질의 약 20%에 해당할 만큼 많이 들어 있지만 이들 대부분은 단백질 사슬에 묶여 있어서 맛을 낼 수 없다. 하지만 재료를 물과 함께 가열하면 근육 세포 속에 붙잡혀 있던 감칠맛 성분이 따로 떨어져 국물 속으로 녹아 나온다. (유리 글루탐산의 ‘유리’는 따로 떨어져 나왔다는 걸 조금 어렵지만 짧게 쓴 말이다.)
글루탐산은 생물의 체내에서 단백질 형태로 존재하며 단백질 사슬에서 해제되어 분리될 때 우리가 맛으로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식품 공학자 최낙언 님의 자료에 의하면 글루탐산은 육류에서는 99%가 단백질 상태로 단백질 사슬 안에 묶여서 존재하며 채소는 90%가 묶인 상태로 존재한다고 한다. 글루탐산 함유량은 육류와 채소 등 식재료에 따라 달라지지만 채소가 묶인 비율이 적기 때문에 맛 재료로 살리기 쉽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단백질 사슬에서 글루탐산을 분리해야 하는데 이미 분리된 비율이 10%나 되기 때문에 맛을 살리기 쉽다는 의미이다. 엄밀히 따지면 채소가 유리 글루탐산 비율은 높지만 같은 질량의 고기에 비해 글루탐산 총량 자체가 워낙 적어 채소만으로 감칠맛을 표현하려면 굉장히 많은 양의 채소를 요리에 사용해야 한다.
2015년 12월 식품과학저널에 실린 핀란드 연구팀의 실험 결과에 따르면 온도와 가열 시간에 따라 감칠맛 성분이 달라진다. 돼지고기를 수비드로 80℃에서 조리할 때 60℃, 70℃일 때보다 흘러나온 육즙 속 유리 아미노산 농도가 증가했다. 특히 고기보다 육즙에서 유리 글루탐산 농도가 두 배로 높았다. 아마도 고온에서 단백질과 펩타이드의 가수분해가 더 격렬하게 일어났기 때문일 거다. 무작정 오래 끓인다고 단백질이 엄청나게 더 많이 분해되는 것은 아니지만, 온도와 시간을 어떻게 조절하느냐에 따라 국물 맛이 달라지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아마도 각각의 재료들마다 글루탐산이 원활히 단백질 사슬에서 풀려나와 유리될 수 있는 조건값들이 다를 것으로 생각된다. 이부분은 어떻게 하라는 자료가 영문, 한글 모두 너무 없어서 경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육수의 경우 시머링 온도로 육수를 만드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참고해서 활용하고 있지만, 비교 검증할 만한 다른 자료가 발견되지 않아서 아직도 궁금증을 너무 많이 갖고 있다.
양파, 버섯, 토마토에는 유리 글루탐산이 고기보다 더 많이 들어 있다. 고기에 비해 단백질의 양은 적지만 우리가 맛볼 수 있는 유리 글루탐산 형태로 존재하는 비율이 높다. 물에 넣고 가열하면 단단한 식물 세포벽에 싸여 있던 당과 감칠맛 성분이 녹아 나온다. 온도와 시간을 어떻게 조절하고, 채소마다 다른 풍미의 강약을 어떻게 맞춰주느냐에 따라 국물 맛에 차이가 크다.
글루탐산을 '유리' 시키는 방법은 육수로 가열하는 방법도 있지만 발효도 마찬가지의 효과를 낸다. 치즈 류, 피쉬소스나 된장 같은 장류, 프로슈트 같은 염지 처리하고 발효시킨 햄류 등은 생물 체내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단백질 분해효소에 의해서 단백질 사슬이 서서히 끊어져서 글루탐산이 식품 내에 자체적으로 생겨난 것들이다.
그러나 국물 음식의 감칠맛을 내는 데는 글루탐산이 다가 아니다. 맛이 더 약하긴 하지만 아스파트산도 감칠맛을 내는 아미노산 중 하나다. 핵산계 조미료로 불리는 이노신산(IMP), 아데닐산(AMP), 구아닐산(GMP)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들이 글루탐산과 힘을 합하면 원래보다 수십 배까지 감칠맛이 증가한다. 이노신산은 어류, 육류에 존재하며, 아데닐산은 갑각류, 연체동물류, 채소에 들어 있는 성분이다. 버섯에는 글루탐산도 많이 들어 있지만 감칠맛 증폭 효과가 강력한 구아닐산도 많이 들어 있다. 소고기와 버섯을 넣고 국을 끓이면 별다른 조미료를 넣지 않아도 감칠맛이 폭발하는 이유다. 뜨거운 국물 속에서 재료는 분해되고, 서로의 향미 물질을 주고받으며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인지할 수 없었던 새로운 맛을 겹겹이 쌓아 올린다. 국물 요리의 맛은 개별 재료를 아무리 오랫동안 입에 넣고 씹어도 느낄 수 없는 전혀 새로운 층위의 맛이다.
글루탐산뿐만 아니라 IMP, AMP, GMP 도 감칠맛을 느끼게 하는 맛 재료들이며, 자체의 풍미와 더불어 감칠맛 조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위 기사의 원문은 아래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감칠맛 성분 별로 많이 들어 있는 식품들
- MSG : 발효햄, 앤초비, 토마토,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치즈), 다시마 등
- IMP : 가쓰오부시, 돼지, 닭 등
- GMP : 말린 표고버섯 등
- AMP : 오징어, 관자 등
전체 리스트는 아래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왼쪽에서부터 글루탐산, IMP, GMP, AMP 이다.
감칠맛 성분의 조합
글루탐산부터 AMP 까지 기본적으로 그들 하나하나가 감칠맛을 내지만 다른 감칠맛 재료와 조합할 때 더욱 맛이 강해진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글루탐산을 베이스로 하고 IMP, GMP 등을 하나 이상 조합하면 된다.
화학 약어들이 있어서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다시마, 멸치, 표고버섯으로 국수 육수를 만드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 각각 많이 들어있는 것은 글루탐산, IMP, GMP 이다.
위에 적은 것처럼 추출하기 위한 온도, 시간 등은 경험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 같다. 과학과 요리가 접목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혹은 영업비밀이어서 그런지 이런 부분들이 잘 정리된 자료는 아직 구할 수가 없는 것 같다.
감칠맛 조합에 대한 것은 최낙언 님의 아래 자료를 확인하여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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