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김치를 먹어치우기
어떤 묵은 김치는 요리해서 먹을 수 있을 만큼 괜찮은데, 어떤 김치들은 냄새가 역하고 쉰내가 심하여 먹기 어렵다. 김치를 담글 때 사용하는 재료와 과정의 차이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인 것 같다. 보통 김치의 역한 냄새를 '군내'라고 표현을 많이 한다. 82cook이나 많은 블로그에서 군내를 없애는 여러 가지 경험적인 방법들을 많이 소개하고 있는데, 냉장고에 쌓여있는 작년 김장김치를 처리할(먹어 없앨) 방법을 고민하다 이 기회에 과학적으로 어떤 원인에 의해서 이런 냄새가 나는지, 또 어떤 방식이 가장 효과적일지 고민하고 학습해보려 했다.
단서들
구글링으로 아래 블로그에서 군내에 대한 첫 과학적인 단서를 찾았다.
덜익은 김치에서 나는 냄새의 주요 성분은 ethanol, acetaldehyde, aceton이 주종을 이루고 있으며, 주로 마늘, 파 등의 매운맛을 이루는 황화합물에서 기인합니다.
잘익은 김치(묵은 김치)에서 나는 냄새의 주요 성분은 acetic acid, butanoic acid, ethanol이 주종을 이루고 있으며, 묵은 김치 특유의 쿰쿰한 군내와 관계있는 성분은 butanoic acid입니다.
Butanoic acid 가 군내의 주요 원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교차 검증(기레기들은 못하는)을 위해서 butanoic acid 가 무엇인지 또 찾아보았다. Butanoic acid는 뷰티르 산이라고 하며 우유, 버터, 치즈(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혐기성 발효 산물에서 발견된다고 한다.
뷰티르산은 우유 특히 염소, 양 및 아메리카들소의 젖, 버터, 파르미자노 레자노 치즈 및 혐기성 발효 산물(결장 및 액취증 포함)에서 발견된다. 또한 뷰티르산은 허쉬 공정에 의해 생산된 밀크 초콜릿에서 발견되거나, 허쉬 초콜릿의 맛을 모방하기 위해 첨가된 것으로 추측된다.[2] 뷰티르산은 사람의 구토물에 존재하며, 불쾌한 냄새를 낸다.[3] 뷰티르산은 불쾌한 냄새와 콕 쏘는 맛을 가지며, 에테르와 유사한 약간 감미로운 뒷맛을 가진다.
ko.m.wikipedia.org/wiki/%EB%B7%B0%ED%8B%B0%EB%A5%B4%EC%82%B0
어떤 자료들을 참고할 때에는 그 자료가 객관성이 충분히 보장될만큼 믿을 수 있는 곳에서 나온 것인지, 그리고 다른 객관성이 보장된 자료에서도 같은 내용을 찾을 수 있는지 검증을 해야 한다. 위키피디아는 집단 지성을 표방하는 곳으로 개인적으로 가장 객관성이 보장된 곳이라는 생각이다. 영문 위키피디아는 훨씬 더 객관성이 보장되어 있어서 영문 위키피디아에서도 같은 내용을 찾을 수 있다면 객관성은 다 확보한 것이라 생각한다.
간장, 된장, 청국장 등이 고유한 냄새를 풍기는 것도 다양한 박테리아, 효모, 곰팡이 등이 이들 발효 식품 원료를 먹이로 해서 알데히드, 케톤, 페놀, 에스테르, 테르펜, 아민류, 암모니아, 말톨, 푸르푸랄, 메탄올을 내기 때문이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는 이들 냄새를 싫어하기도 한다. 김치는 잘 익었을 때는 이때 생성된 젖산 때문에 대부분 좋아하는 편이지만 오래돼 낙산균이 번식하게 되면 부티르산 또는 낙산이 생성돼 흔히들 군내라고 하는, 대다수가 싫어하는 냄새가 난다.
www.sciencetimes.co.kr/news/%EC%A0%80%EC%98%A8%EC%88%99%EC%84%B1%EA%B3%BC%ED%95%99%EC%9D%98-%EA%B2%B0%EC%A0%95%EC%B2%B4-%EB%AC%B5%EC%9D%80%EC%A7%80/www.sciencetimes.co.kr/news/%ec%9e%98-%ea%b5%ac%ec%9a%b4-%ec%8a%a4%ed%85%8c%ec%9d%b4%ed%81%ac-%eb%83%84%ec%83%88%ec%9d%98-%ec%a0%95%ec%b2%b4/?s=AR
위키피디아에서 부티르 산(낙산, 뷰티르 산)에서 구토 냄새가 난다고 하니 그 역한 냄새가 이해가 된다. 그리고 낙산이 과하게 생성되면 군내가 난다는 자료도 찾을 수 있었다. 은행나무 열매에서도 부티르 산이 발견된다고 한다. 은행나무 열매까지 가면.. 거의 100% 인 것 같다. (은행나무 과육의 다른 유기 산에 의한 냄새도 영향이 있다 한다.)
그러면 이미 생성된 뷰티르 산을 식품으로 중화할 수 있다면 군내 걱정을 덜 하면서 묵은 김치를 먹어 치울 수 있다는 것 아닌가?
뷰티르 산을 중화시킬 방법을 찾자.
뷰티르산은 중크롬산칼륨과 황산을 사용하여 이산화탄소와 아세트산으로 산화되는 반면, 알칼리성 과망간산칼륨은 뷰티르산을 이산화탄소로 산화시킨다.
뷰티르 산을 이산화탄소로 변화시켜서 날려버린다니 가장 확실한 방법 같은데, 과망간산칼륨은 너무 강력하여 위험 물질로 분류되어 있는 듯하다. 커피 전문점 얼음에서 기준치 이상 발견되었다는 기사가 보인다. 황산은 과학 시간에 배운 것처럼 아주 위험한 물질이다. 어쨌든 저 방법들은 화학 공장에서나 쓸 수 있지 가정에서 쓸 수는 없다.
가장 기초적인 화학을 생각해봐야 한다. 뷰티르 산에서 '산'이라는 말은 산성 물질이라는 것이다. 식초도 산성 물질로 산성을 띄고 있는 물질들은 신 맛, 신 냄새가 나는 특징이 있다. 산성 물질은 염기성 물질과 쉽게 결합하기 때문에 중화시키는데 효과적이다.
김치의 신맛을 중화시키기 위해서 달걀 껍질이나 조개껍질을 김치 포기 사이에 넣으라는 이야기들이 있는데, 달걀과 조개껍질에 포함되어 있는 염기성 물질인 탄산칼슘이 김치의 배추와 양념에 생성되어 신맛을 내는 산성 물질들과 결합해서 중화되기 때문에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리된다) 신맛이 줄어드는 것이다.
이외에 약염기에 속하는 탄산수소나트륨이 포함되어 있는 베이킹 소다를 묵은 김치에 사용하여 뷰티르 산을 중화시킬 수 있을 것 같다.
이외 여러가지 방법들을 찾을 수 있는데 간략히 정리해보면,
- 원인 물질 제거
뷰티르산(지방산)이 물에 잘 녹는 특징을 이용. 대신 양념을 포기한다. - 화학적 중화
껍질류(탄산칼슘), 베이킹 소다 가루(탄산수소나트륨) - 맛으로 중화
단맛은 신맛을 중화시키는 기능이 있어서, 설탕을 사용해서 단맛을 끓어 올린다. 단, 냄새 처리는 할 수 없을 것이다. - 냄새로 중화
참기름, 들기름 등을 써서 다른 더 강한 냄새로 덮어버리는 방법
김치는 반찬으로 먹기도 하지만, 볶거나 끓여 먹기도 하기 때문에 조리 이후에 맛과 향이 어떻게 되는지 점검도 필요한 것 같다. 그래서 마침 집에도 있고, 가루라서 화학반응이 더 빨리 더 쉽게 일어날 것이라 믿어지는 베이킹 소다를 이용해서 실험을 해보았다.
실험을 해서 확인하자.
백종원이나 다른 유튜버, 요리 고수들이 여러 가지 실험과 테스트로 얻은 결과들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방법도 있지만 우리가 직접 해보면서 조금씩 알아가는 재미가 요리를 좋아하는 여러 이유 중 하나일 것 같다.
이번 실험은 이렇게 해보았다.
- 같은 곳에서 만들고 같이 보관하던 작년 김장 김치를 둘로 나눈다.
- 하나는 그대로 보관통에 넣고, 다른 하나는 베이킹 소다를 섞어서 보관통에 넣은 후 일정 시간 후에 뚜껑을 열고 냄새와 맛을 확인한다.
- 후각은 다른 냄새를 잠시 맡으면 이전 냄새를 쉽게 지울 수 있다. 대신 미각은 철저한 테스트를 위해서 양치질 후에 맛을 본다.
- 두 김치를 각각 비슷한 온도와 기름으로 볶은 후, 마찬가지로 냄새와 맛을 확인한다.
김치를 둘로 나누어 보관통에 넣는다.
다른 하나는 베이킹 소다를 넣고 잘 섞어준다. 베이킹 소다를 넣으면 바로 산성 물질들이 중화 반응하기 시작해서 거품이 생기고 보글보글 소리가 난다.
15분 정도 두었다가 냄새와 맛을 본다.
- 그냥 둔 김치 : 쉰내가 너무 많이 난다. 신 맛이 너무 세서 도저히 먹을 수가 없다. 이런 음식이 냉장고에 있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군내가 난다. 신 냄새가 강해서 먹어서 삼켜봐야 느낄 수 있다.
- 베이킹 소다를 섞은 김치 : 쉰내, 신 맛은 사라졌다. 그런데 산성 물질이 덮고 있어서 나타나지 않던, 다른 맛과 향이 나는데 아마도 묵은 액젓 때문인 것 같다. 무언가 이게 김치가 맞나 하는 그런 느낌이 좀 든다. 군내는 비교했을 때 확실히 없어진 것 같다.
김치는 각각 프라이팬에서 2분 간 볶아보았다. 왼쪽이 원래 김치 그대로 볶은 것이고, 오른쪽이 베이킹 소다와 반응시킨 김치이다. 원래 김치는 여전히 맛있어 보이는 색깔인데, 베이킹 소다 섞은 김치는 볶으면 색깔이 어둡게 변한다.
양념이 눌어붙기 시작해서 2분 간 볶았다. 왼쪽의 원래 김치는 여전히 너무 신 맛이 세서 먹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오른쪽의 베이킹 소다를 섞은 김치는 볶는 중에 너무 심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약간 과장해서 하수구 냄새가 올라왔다. 하지만 통에 30분 정도 담았다가 다시 열었을 때는 냄새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묵은 젓갈의 맛이 강해져서 역시 역한 맛이 느껴졌다.
씻어내는 것만이 답인 것 같다.
탄산칼슘을 섞어서 비교를 했어야 하지만, 약간의 사고 실험을 해보면 탄산 칼슘을 썼다 하더라도 산성 물질이 중화되는 과정은 같다. 베이킹 소다의 탄산수소나트륨의 나트륨과 탄산칼슘의 칼슘이 음식에 남게 되는데 이 둘이 맛과 향을 바꿀 정도로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 같다. 왜냐하면 다른 재료들의 양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한 편 김치는 지역마다 담그는 방법이 다른데, 젓갈을 적게 사용하는 경기나 북부 지방의 김치라면 결과가 좀 다를 순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뿐만 아니라 마늘, 생강, 고춧가루 등 다른 양념 재료도 집집마다 조금씩 다르지 않나.
그렇기 때문에 이런 결론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 한두 시간이면 충분히 테스트할 수 있으니, 소량의 김치로 내가 했었던 방법으로 테스트를 해보고 평가하고 쓸 수 있는 방법인지(탄산칼슘이나 탄산나트륨으로 중화시키는 것) 판단하자.
- 기본적으로 씻어서 쓰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답이 된다.
묵은지를 씻는 방법
흐르는 물에 양념을 씻는다. 넓은 대접(볼)에 물을 받아 묵은 김치를 잠시 넣었다가 흔들어 씻고 한 두 번 헹구어낸다.
묵은지를 활용하는 방법
다시 김치처럼 보이게 하기
- 씻은 묵은지에 간마늘, 새우젓, 굵은 고춧가루, 고운 고춧가루, 약간의 설탕을 넣어 버무렸다가 반나절 쯤 먹는다. 배추 안에 이미 신 맛이 강한 편이라, 식초를 또 넣을 필요는 없다. 신 맛이 너무 강하면 설탕을 조금 더 넣는다.
참치 볶음 김치
- 묵은지를 한 숟가락 정보의 크기로 작게 자른다.
- 참치캔(기름도 넣어야 더 맛있다), 간마늘, 굵은 고춧가루, 고운 고춧가루, 설탕, 물엿을 넣고 묵은지와 버무린다.
- 간은 조미료가 들어있는 연두, 맛소금으로 하면 더 맛있고 없으면 일반 소금으로 살짝 간을 한다.
- 팬에 약간의 기름을 두르고 버무린 묵은지를 3~4분 볶는다.
- 응용 버전으로 파 기름을 만들어서 하는 것도 좋다.
묵은지 들깨 기름 볶음
- 한 숟가락 크기로 자른 묵은지에 설탕, 물엿, 조미료 약간을 넣고 간을 맞추면서 버무린다.
- 약간의 기름으로 잘게 썬 파를 볶아 파기름을 만든다.
- 버무린 묵은지를 팬에 넣고 들기름을 넣은 다음 3~4분 볶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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