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찌개 레시피는 요리/음식 블로그 소재로 굉장히 흔하다. 훌륭한 레시피들을 따라 찌개를 만들어 보면 맛은 좋은데 뭔가 덜 다가간 듯, 어떨 때는 어디서든 쉽게 접할 수 있는 너무 흔한 느낌이기도 해서 특별한 맛이 느껴지거나 기억에 남지도 않는 부분도 없지 않았다.
그런 이유 때문에 블로그에 김치찌개를 소재로 글을 적는 것이 한편 꺼려지기도 했었는데, 최근 작년 김장김치로 찌개를 만들다가 생각이 드는 부분이 있어서 기록을 해두게 되었다.
생각을 해보면 아주 어렸을 때부터 할머니, 어머니가 늘 만들어주던 흔하디 흔한 음식 중에 하나가 김치찌개다. 오랜 기간 비슷한 맛의 김치, 그리고 비슷한 조리 방법을 쓰는 분들의 요리를 먹다 보니 개인마다 맛있다고 느끼는 김치찌개라는 것이 각자 집집마다의 스타일에 길들여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런 차이 때문에 인터넷으로 얻을 수 있는 레시피로 만든 김치찌개, 또는 소위 맛집이라는 식당의 김치찌개가 맛은 훌륭해도 결국 세월이 지나면 쉽게 질리고 나에게 맞는 어쩌면 어린 시절 길들여진 스타일과 비슷한 찌개를 찾아다니게 된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아들이자 딸이니, 음식을 접하고 먹는 방법을 배우고 맛이라는 것을 알아가던 그 긴 세월의 기억에 닿아있다. 황금레시피라는 것이 찌개 같은 가정식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본인이 조금씩 찾아가는 노력을 하고 본인의 스타일과 황금 레시피를 내 옛 기억과 더불어 조화를 찾아야 하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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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과정
마늘, 파, 양파를 약불에 볶아서 기름에 향을 만든다. 재료를 손질하자 마자 바로 팬에 담아 버리자.
청양고추, 파는오래동안 가열하면 색이 변색되니까 거의 마지막에 넣어주려고 한다. 따로 담아두자.
집에 마침 표고버섯이 있어서 넣으려고 한다. 이런 부재료는 필수는 아니고 있으면 넣으면 된다. 표고버섯은 감칠맛에도 영향을 주니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김치에 추가 양념을 해준다. 설탕 1/2스푼, 굵은 고춧가루 2스푼, 고운 고춧가루 1스푼을 넣었다. 맵기 때문에 매운 것을 잘 못 드시는 사람들은 고춧가루를 처음에는 조금만 넣었다가 나중에 맛을 봐가면서 추가하자. 하지만 고춧가루가 어느 정도 있어야 고추기름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1/2 스푼 이상은 이 타이밍에 넣어주는 게 좋다.
그리고 설탕은 조금 넣은 것인데 이 정도 양이면 단맛이 느껴지지는 않지만 확실하게 전반적인 맛과 깊이를 더해준다.
당면은 끓는 물에 불린다. 당면을 불리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당면의 탱탱한 식감을 좋아하는 분들은 끓는 물에 10분 넣어두면 된다. 끓이는 것이 아니라 끓는 물을 부어주는 것이다.
재료 준비가 끝나면 파, 양파, 마늘을 담아둔 팬에 기름을 넣고 약불에 5~10분 정도 볶아준다. 약불로 오래 볶는 이유는 기름에 채소의 향을 충분히 빼내기 위함이다. 백종원님이 파 기름을 한반도에 전파하셨는데, 자세한 설명이 없다 보니 사람들이 그냥 센 불에 노랗게 될 때까지 볶으면서 파 기름 만든다고 으스대곤 한다. 향을 기름에 뽑아내는 과정을 인퓨징이라고 하는데, 적당한 핫 인퓨징의 온도는 높지 않아서 레인지 상에서 약한 불에 오래 두어야 한다. 중식에서도 파 기름 만들 때 파가 끓으면 바로 약불로 내리고 파가 바삭해질 때까지 그대로 오래 튀긴다고 한다.
아무튼 최소 5분 이상 향을 뽑아내고 파가 갈색으로 변하는 것이 나오기 시작하면 다시 센 불로 올린다.
김치가 들어가면 김치의 엄청난 수분 때문에 바로 볶아지지 않는다. 느긋하게 천천히 김치들이 충분히 열을 받고 전체적으로 온도가 올라가도록 천천히 볶아준다. 김치를 미리 볶으면 찌개가 완성되었을 때 김치가 더 빨갛고 잘 씹히게 변한다.
이렇게 하다 보면 어느 시점에 팬 가장자리에 양념이 늘어붙으면서 김도 이전보다 많이 나오고 소리도 달라지는 때가 온다. 이 시점이 김치 겉은 수분이 거의 대부분 날아간 때이다. 이때부턴 국자 같은 조리도구로 김치를 꾹꾹 누르듯이 하면서 3분 정도 볶아준다.
이후 물을 넣는다. 찌개와 국을 구분하는 방법은 국물의 양으로, 국물이 적고 재료가 많은 것이 찌개이다.
이때 국물에 새우젓으로 간을 맞추고 버섯 같은 부재료를 넣어준다. 그런 후 팔팔 끓을 때까지 두면 된다. 소금이 아니라 새우젓으로 간을 하는 이유는 감칠맛을 더해주기 위함이다. 이외에 연두나 치킨스톡 같은 조미료를 사용해서 간을 맞추는 것도 도움이 된다. 만약 두부를 사용할 것이라면 두부에서 나온 물이 간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두부를 넣고 끓이면서 간을 봐야 한다.
연두, 치킨스톡, 간장, 미원 모두 똑같이 MSG 라고 부르는 글루탐산나트륨이 들어있는데, 섭취가 몸에 해롭다는 과학적인 증거는 아직 없다. 비타민은 일일 권장량이 있지만 MSG는 권장량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간장, 굴소스 등은 국물 색을 탁하게 만들기 때문에 김치찌개 간으로 적합하지 않으니 참고하자.
볶음팬에 대량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실제로 먹을 때는 작은 냄비에 옮겨 담았다. 불리고 있던 당면은 이때 넣어준다. 당면이 국물을 흡수해서 더 맛있어지기 때문에 이 상태로 뚜껑을 덮고 5분 끓여준다.
푸른색을 살려줄 대파와 청양고추는 다 끓인 이후에 넣고, 후추를 조금 뿌려준다.
남은 김치찌개에 당면이 있으면 모양이 안 좋아지기 때문에 당면을 넣은 냄비를 따로 끓이던지 아니면 식사 후 당면을 모두 건져내고 보관하는 것이 좋다.
재료
- 김치 350g
- 고춧가루 2스푼
- 고운 고춧가루 1스푼
- 설탕 1/2스푼
- 양파 1/2개
- 당면 (500원짜리 동전만큼 굵기)
- 대파 1대
- 청양고추 2개
- 마늘 4개
- 새우젓 1스푼
- 감칠맛 올려줄 조미료 (연두, 치킨스톡, 비프스톡, 미원 등)
미원을 쓰게 되면 국물의 짠맛이 쉽게 올라가므로 주의하자. - 약간의 부재료 (버섯, 두부 등)
재료 준비
- 김치가 너무 큰 조각이 있으면 가위로 잘라둔다.
- 대파의 푸른 부분과 청양고추는 어슷썰기 하고 따로 둔다.
- 대파의 흰 부분, 양파, 마늘은 얇게 썰어서 볶음팬에 넣어 둔다.
요리 순서
- 전기포트나 냄비에 물을 끓이고, 물이 끓으면 불에서 내리고 당면을 불린다.
- 김치에 미리 고춧가루와 설탕을 넣고 밑간을 만들어둔다.
- 대파 흰 부분, 양파, 마늘 슬라이스가 들어가 있는 팬에 식용유를 1/3컵 정도 부은 다음 불에 올린다.
(반드시 팬, 재료, 기름이 온도가 같이 올라갈 수 있어야 한다.) - 화력은 처음에 강하게 했다가 재료가 끓기 시작할 때 약불로 두고 5~10분 정도 향을 기름으로 빼준다.
- 시간이 지난 후 화력을 최대로 올린 후 1분 정도 기다린다.
- 섞어둔 김치를 팬에 넣고 재료들과 천천히 섞어준다.
- 김치가 전체적으로 온도가 올라가면서 수분을 날려주도록 천천히 볶는다.
- 김치에서 증기가 많이 올라오고 또 옆 면에 눌어붙는 자국이 보이기 시작하면 물을 붓는다.
- 국물을 본인의 취향에 따라 맞춘다. (찌개는 국물이 30%, 재료가 70% 정도이다.)
- 버섯, 두부 같은 부재료를 넣고 국물이 끓기를 기다렸다가 끓으면 새우젓, 조미료를 넣고 간을 맞춘다.
- 이때 본인 취향에 따라 고춧가루를 더 넣어주어도 된다.
- 작은 냄비에 김치찌개를 덜어 넣고 당면을 넣은 다음 뚜껑을 덮고 5분 정도 더 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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