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향이 좋은 알리오 올리오 (feat. by 의성 마늘)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 레시피는 인터넷에 워낙 흔한 레시피인데, 제대로 된 것을 찾기가 어렵다.
면수가 간을 맞추는 역할도 있지만 면수에 녹아있는 전분이 유화제로 역할하게 하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인데 간을 맞추기 위해 넣는다고만 되어있다. 아마도 TV에 나온 유명한 셰프님들이 긴 설명을 하기보단 짤막하게 알려주기만 해서 그런 이유도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마늘에 대한 진지한 고찰 없이 사용하거나 마늘이 오버쿡 되어 겉이 타서 진득한 식감을 줄 것 같은 레시피도 상위에 랭크되어 있다. 블로그란게 정보의 전달과 일상의 기록이란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달성하는 플랫폼이기에 어느 정도 이해는 된다. 비록 이 레시피도 홈 쿠킹 하는 사람 입장에서 작성한 것이라 그 한계는 명확하겠지만, 오랫동안 다양한 자료들을 공부해가면서 요리를 배운 결과들을 최대한 담았으니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한 가지 확실하게 짚어야 하는 것은 이탈리아 전통/정통 방식의 알리오 올리오의 레시피이다. 엄격한 레시피는 다음 재료들만 허용하고 있다.
알리오 올리오 정통 레시피
- 면, 소금물,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 마늘, 파슬리
- 페퍼론치노(고추)를 사용한 것은 '알리오 올리오 에 페퍼론치노' 라는 별도 이름으로 분류
- 이외 치즈를 포함한 부가 재료를 사용한 것은 정통으로 인정하지 않음
미국에서는 이탈리아보다 마늘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 하며 한국에서 싸고 흔한 마늘이 맛과 향이 강하지 않아 더 많이 사용한다. 레스토랑에서는 감칠맛을 더하기 위해서 스톡, 치즈(파마산 치즈=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를 사용하곤 한다. 나도 여기서는 감칠맛을 더해주기 위해 치즈를 사용했는데, 이탈리안 클래식 레시피는 아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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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과정
면수는 1인분 용으로 1리터를 사용할 예정이라, 소금 10g으로 염도 1%를 맞추었다.
면수의 양은 셰프들마다 자료마다 조금씩 다른 것 같다. 파스타 면 1인분(대략 100g 내외) 당 최소 1리터를 맞추라는 사람도 있고 750밀리리터를 맞추라는 사람도 있다. 여기서는 1리터로 1인분을 만들었다. 면수는 유화제로 작용하여 갈릭 오일 소스가 면에 달라붙게 하기 때문에 기준을 갖고 요리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탈리아 정통 레시피에서 염도는 바닷물과 같은 염도, 35퍼밀, 즉 3.5%를 맞춘다고 한다. 직접 퍼오거나 배달업자가 가져다 준 바닷물로 면수를 쓰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3.5%를 맞추면 파스타가 무지 짜지기 때문에 1% 정도 한다. 요리 유튜버이신 아미요님도 1%를 추천한다.
이번 요리에 사용한 재료들은 사실 흔한 것들이 아니긴 하다. 마늘은 맛과 향이 강한 의성 마늘을 8개 사용했다. 이렇게 하면 정말 향이 좋다. 마트에서 흔히 살 수 있는 마늘은 대서 마늘 종류인데, 향과 맛이 약해서 알리오 올리오에는 맞지 않는 것 같다.
파슬리는 이탈리안 파슬리(aka 플랫 파슬리)를 요리 전에 직접 다졌고, 치즈는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를 약간 갈았다. 절반 이상 유화 과정에 사용할 것이고 완성 후 가니쉬로 올린다. 고추는 베트남 건고추 1개와 크러시드 레드페퍼 1스푼을 사용하고 있다. 크러시드 레드페퍼는 베트남 건고추를 굵게 갈아놓은 것인데, 구입해도 좋고 없으면 직접 빻거나 찢어도 된다. 일반 굵은 고춧가루 보단 베트남 건고추를 구해서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일반 고춧가루는 금방 타버리는데다 매운맛이 생각보다 나오지도 않아서 추천하지 않는다. 페퍼론치노를 사용해도 되는데 비싸고 생각보다 매운맛을 오일에 빼내기도 쉽지 않았다. 이 부분은 연구를 따로 해봐야 할 것 같다.
파스타면은 데체코 12mm 제품인데 파스타 면 분류로는 '스파게티니'이다. 일반 면보다 굵은 타입으로, 알덴테를 하게 될 경우 가운데 심이 생각보다 덜 익을 수가 있어서 알덴테 되었을 때 먹어보고 더 끓여야할지 생각해야 한다.
왼쪽 볶음팬으로 메인 요리를 할 것이고 오른쪽 전골 냄비로 면을 삶을 예정이다.
어떤 면을 삶든 가장 중요한 것은 제품 포장지에 적혀있는 익혀야 하는 시간을 숙지하는 것이다. 여기서 사용한 데체코 면의 경우 같은 제품이라도 생산 환경에 따라 알덴테 타이밍이 조금씩 다르게 찍혀 나온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블로그에서 레시피를 참고할 때 그냥 몇 분 삶으라고 되어 있는 것은 꼭 주의해서 받아들여야 한다. 반드시 제품 포장지에 적힌 익힘 시간을 확인하자. 빨궁=정말 중요하다는 것.
본 제품은 알덴테 타이밍이 10분으로 되어 있는데 굵은 면이라 면이 덜 익어서 10분을 조금 더 넘겨서 삶았다. 꼭 먹어보고 메인 볶음팬에 옮기는 게 좋다.
면수 냄비에 올리브유를 약간 넣고 면을 익힌 다음 면수를 따로 킵하고 면을 체에 걸러서 따로 두는 레시피들이 상당히 많은 편이다. 이것은 화구가 1개이거나 익숙하지 않으신 분들을 위한 것이긴 한데, 굳이 이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파스타 면은 물에 잘 불지 않아서 몇 분 정도는 그냥 면수에 두어도 괜찮다. 팬에 볶는 과정 중에도 더 익지 않는다. 불에서 내리는 순간 그 상태가 몇 분 정도 간다고 보면 된다.
약 160도 정도의 중불로 테스트해보니 마늘의 향과 맛이 기름에 녹아 나오는 시점이 7분 이고, 8분이 가장 괜찮았다.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에 마늘을 넣고 중불로 8분 튀긴다. 올리브유를 미리 예열하지 않고 마늘을 같이 넣어 조리하도록 하는데, 온도를 빨리 올리기 위해 강불로 잠깐 올렸다가 끓기 시작할 때 중불로 바로 내려버리면서 온도를 좀 조절해주는 것도 괜찮다.
면을 알덴테로 익히는데 필요한 시간이 10분이었기 때문에 면을 넣고 2분이 지난 다음에 마늘을 조리하기 시작했다. 그러면 8분후에 알덴테와 갈릭 오일이 동시에 완성이 되고, 바로 파스타 면을 볶음팬에 옮기고 메인 요리를 시작할 수 있다.
동시에 요리하실 분들은 이런 식으로 계산하면서 해보면 좋을 것 같다. 팬은 면수가 끓기를 기다리는 동안 미리 중불로 예열을 했다. 인덕션과 하이라이트는 온도 오르는 시간이 어느 정도 필요하므로 예열을 못했으면 알덴테가 끝났을 때 면수 냄비를 불에서 내려서 갈릭 오일이 되기를 기다리면 된다. 라면처럼 쉽게 불지 않는다.
갈릭 오일이 만들어졌을 때 고추들을 넣고 잠깐만 볶아준다. 고춧가루, 고추 껍질은 기름에 금방 새까맣게 타버리므로 너무 오래 볶으면 안 된다. 살짝 기름 색깔이 변하는 정도로만 만들어준다.
다진 파슬리를 바로 팬에 먼저 넣고 살짝 볶아준다. 파슬리는 약간의 풍미를 위해서 부재료로 사용한다. 사실 마늘들을 보면 색이 고르지 않는데 이건 마늘 슬라이스들의 두께가 일정하지 않아서 그렇다.
재료를 준비할 때 마늘은 고기집 편마늘보다 더 얇고 일정한 두께로 슬라이스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날은 급하게 준비하다 보니 균일하게 슬라이스 하지 못했다.
면수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유화시키는 것이다.
유화(Emulsification)란 자연적으로 섞을 수 없는 두 액체(예를 들면 물과 기름)를 유화제(Emulsifier)를 사용해서 콜로라이드 상태로 만들어 물리적으로 서로 섞여있게 하는 것을 말한다. 화학적인 처리 방법이 아니기 때문에 환경이 변하게 되면 다시 섞이지 않는 상태로 돌아간다.
유화 반응은 올리브 오일과 마늘로 만들어진 소스가 파스타 면에 달라붙어 있을 수 있게 한다. 면수에는 파스타 면에 있던 녹말 성분이 녹아나와 있는데 팬에 넣으면 온도가 높아져서 호화 반응이 일어나 끈적한 성질을 띄도록 변한다. 중식에서 전분물을 넣어 소스 농도를 걸쭉하게 맞추는 것과 같은 것이다. 끈적해진 녹말은 면수와 오일을 모두 붙잡아서 서로 섞여 있게 만들며 입자들이 고르게 잘 퍼져서 이 과정이 더 빨리 일어나게 만들기 위해 아주 빠른 속도로 팬을 휘젓거나 토스를 한다.
유화 과정은 맛도 맛이지만 알리오 올리오 요리 자체의 완성도를 의미하는 과정이다. 요리에 대해 먼저 잘 이해하고 완성도를 높인 후에 맛과 비주얼을 잡아야 한다.
불은 계속 중불로 유지하고 면을 모두 넣어준 후 면수를 조금씩 추가하면서 섞어준다. 유화의 중요한 조건 중 하나가 바로 온도이다. 온도가 너무 높으면 유화가 풀리기 때문에 중불을 계속 유지한다. 면수는 한번에 넣기보단 1/2 국자씩 조금씩 추가하면서 면과 오일들을 섞어준다. 호화 반응은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급하게 하지 말고 면수를 한 두 스푼씩 추가하면서 계속 면과 섞어준다. 이렇게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볶음팬 바닥에 기름이 잘 보이지 않게 되는데 소스가 모두 면에 달라붙어서 그런 것이고, 유화가 잘 된 것이다.
재료
- 파스타 면 1인분 100g
- 물 1리터
- 소금 10g
- 의성 마늘 8개
- 이탈리안 파슬리 약간
-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약간
- 베트남 건고추 1개
- 크러시드 레드페퍼 1스푼
-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5스푼
재료 준비
- 물, 소금은 면수 냄비에 미리 넣는다.
- 의성 마늘은 두께가 일정하게 슬라이스 해준다.
- 이탈리안 파슬리는 잎파리 부분만 다져서 준비한다.
- 치즈(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는 미리 갈아둔다.
요리 순서
- 볶음팬은 중불, 면수 냄비는 강불로 시작한다.
- 면수가 끓으면 파스타 면을 넣고 알덴테 시간에 맞도록 타이머를 맞춘다.
- (알덴테 시간 - 8분) 만큼의 시간이 지났을 때 볶음팬에 올리브유와 마늘을 넣는다.
예를 들어 알덴테에 10분이 필요하면 10분-8분, 2분이 지난 후부터 갈릭 오일을 만들면 된다. - 파스타 익힘 시간이 지나면 불에서 내린다.
- 볶음팬에 고추들을 넣고 살짝 섞어준다.
- 볶음팬에 다진 파슬리를 넣고 살짝 섞어준다.
- 면을 볶음팬에 넣고 면수를 살짝 추가한 후 잘 섞어준다.
- 면수가 없어질 때마다 1/3 국자씩 추가하면서 계속 섞어준다.
- 볶음팬 바닥에 고여있던 기름이 적어지면 유화가 끝났다.
- 그릇에 담고 남아 있던 치즈를 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