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낭 하얏트 리젠시 - 룸 서비스 메뉴 리뷰
9월에 다녀온 다낭. 9월은 슬슬 우기로 접어드는 시기여서 그런지 오후 늦게부터 소나기나 비가 내리곤 했다. 어떤 날은 오후 늦게부터 저녁까지 계속 비가 와서 나가기도 귀찮고 해서 룸에서 룸서비스를 시켜서 식사를 먹기도 하였다. 모든 메뉴를 다 경험한 것은 아니지만 맛은 괜찮았다. 레스토랑들이 만들어준 메뉴를 커스터머 팀원이 가져오는 것이라 맛도 당연히 동일하다.
리조트 내 손님 중 절반 이상이 한국인이다 보니, 룸서비스 메뉴에 아예 한국 메뉴가 3개나 있다. 메뉴판에 나오지 않지만 챗봇으로 룸서비스도 메뉴를 열어보니 김치찌개도 있더라. 룸서비스 메뉴는 챗봇이 더 최신화가 잘 되어 있으니, 챗봇을 꼭 사용해 보자. 챗봇은 룸 내 책상에 있는 QR 코드를 스캔하면 접속할 수 있다.
#1. 포멜로와 새우 샐러드(polemo and prawns salad)
한국에서 요리에 쓰는 칵테일 새우들은 대부분이 베트남 산이다. 새우가 그만큼 많이 잡히는 것 같다. 그래서 시켜본 샐러드. 확실히 현지에서 생물로 직접 요리한 새우는 한국과 맛이 달랐다. 훨씬 붉고 갑각류 특유의 단맛이 살짝 느껴지는 새우살은 정말 훌륭했다. 나머지 베이스는 태국 요리 쏨땀처럼 길게 채로 썬 당근과 같은 채소들을 느억맘 소스에 살짝 무쳤고 애플민트가 올려져 있다. 그리고 귤처럼 보이는 과일은 포멜로이다. 동남아의 귤이라고 한다. 애플민트는 한국에서 흔히 쓰는 식재료는 아니라 접하기 쉽진 않은데, 베트남 샌드위치 반미나 샐러드에 많이 쓰인다. 향이 역하지 않고 베트남 소스와 잘 맞고 또 풍미를 한층 더 올려준다.
#2. 김치찌개
김치찌개는 국물 맛이 진하거나 무겁지 않고 김치국에 오히려 더 가까운 맛이었다. 너무 조미료만 쓴 김칫국이라기보다는 조미료와 재료맛 사이에 약간 절충을 잘했다는 느낌? 베이컨과 약간의 조미료로 국물 베이스를 잡고 돼지고기와 김치, 두부 등이 들어 있다. 두부는 한국 두부보다 좀 더 단단한 느낌이다. 맛이 시원하고 맵지 않아 룸에서 가볍게 술안주 겸 해서 반주하기엔 나쁘진 않았다. 그리고 밥도 공기 단위로 주문할 수 있는데, 조식 메뉴의 쌀밥은 안남미만 쓰지만 룸서비스 쌀밥은 안남미에 한국쌀처럼 찰기가 있는 품종을 더해서 지어놓기에 먹을 만하다.
#3. 와규 비프 치즈버거 (wagyu beef cheese burger)
버거 매니아라 세상의 버거는 다 맛보고 싶어 하기에 한 번 시켜보았다. 일단 정통 아메리칸 버거와는 거리가 있는 편이다. 패티에만 너무 힘을 줘서 소스, 치즈와 밸런스가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다. 한입 베어 물면 미디엄 레어로 익혀놓은 패티 맛밖에 안 난다. 패티가 워낙 풍미가 세니 다른 재료들은 묻히는 느낌. 그리고 빵은 괜찮은 편이긴 한데, 한국에서 유행하는 참깨번만큼 고소하진 않다. 그리고 감자튀김은 두께에 비해 바삭해서 괜찮았다.
보시다시피 패티는 미디엄 레어로 익어있어서 육즙과 소고기 풍미는 아주 좋다. 그런데 이번 여름에 롯데리아 버거를 먹은 후 식중독에 걸렸어서 먹는 내내 심히 걱정스러웠었다. 경험해보고 싶다면 챗봇으로 주문하지 않고 전화로 하되 패티는 웰던으로 충분히 익혀달라고 요청하는 편이 좋겠다.
#4. 디아볼로 피자 (diabolo pizza)
이 피자도 메뉴판에는 없고, 챗봇에만 있는 피자이다. 디아볼로는 매운 요리에 주로 붙이는데 신라면 정도는 일반 라면이라고 느끼는 분이라면 이 피자가 맵다는 생각은 안 들 것이다. 홍고추가 있는데 별로 역할을 하진 않는다.
피자는 화덕에서 구운 피자이고, 바닥면을 확인해보면 알겠지만 잘 구운 피자이다. 탄 부분 없이 균일하게 잘 익혔다. 맛도 훌륭했고 소주랑 잘 맞아서 한 판 더 먹고 싶었던 메뉴이다. 파스타도 훌륭했는데, 오스테리아 알 마레에서 이탈리안은 제대로 하는 것 같다.
#5. 볼로네제 파스타 (spaghetti bolognese)
이 파스타는 옛 그린하우스인 오스테리아 알 마레(osteria al mare)에서 만든 것으로 보인다. 웨스턴 중 이탈리아 요리만 이 레스토랑에서 취급한다. 볼로네제 소스가 이래야만 한다, 라는 것을 너무 잘 보여주는 파스타였다. 음식이란 것이 만드는 사람 마음이지만 먹을 사람이 기대하는 요리를 내놓아야 하는데, 그만큼 그 메뉴가 어떤 맛이어야 하고 어떤 향을 담고 있고 또 그리고 닮음새는 어때야 하는지 이런 기본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도 손님이 끊이질 않는 식당들을 가보면 메인 메뉴가 기본에 정말 충실한 집들이 대부분이다.
#6. 시키지마 스파이시 프라이드 치킨 (don't order, spicy fried chicken)
메뉴를 보다 치킨이 있다는 것에 환호하며 시킬지도 모르는 분들을 위해 리뷰를 꼭 남기고 싶었다. 한국 치킨과 완전히 장르가 다른 치킨이다. 튀김옷이 너무 두꺼워 육질과 튀김옷이 구분이 안 된다. 고기가 별로 들어 있지 않다. 한국식의 얇은 튀김과 두꺼운 닭고기 살을 생각하고 주문하면 실망할 것이다. 소스는 고춧가루와 간장, 설탕으로 만든 것인데 술안주라기 보단 밥반찬에 더 가까운 느낌이었다. 한국에서도 이런 소스는 거의 보기 어렵다. 예전에 단골 치킨집이 간장치킨을 이런 형태로 만들었기 때문에 전혀 없다곤 볼 수 없지만 배달로 흥하는 치킨집들은 이런 소스 쓰는 곳은 없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실망할 것이니 다른 요리시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