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옛 식당] 부산 장전동 '천냥집'
오랜 친구나 지인들을 만나면 으레 함께 누렸던 시간들을 추억해보는 대화들이 오가게 마련이다. 같이 자주 다니던 장소나, 그때 즐겼던 재미났던 놀이를 이야기하기도 하고,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만큼 부끄러운 기억(흑역사라고 한다)을 서로 끄집어내어 난처해지게 만들기도 한다. 한 가지 또 빠질 수 없는 것이 같이 자주 가던 식당, 술집 같은 곳도 추억해보는 것이다.
자주 만나고 어울렸던 친한 사람들과 자주 갔던 곳 부산 장전동에 있던 '천냥집'이 내게는 그러한 곳 중 하나이다. 당시 지인들을 오랜만에 만나면 천냥집 갔던 이야기를 가끔 하곤 한다.
이름이 왜 천냥집인지
천냥집은 술집이었다. 이름이 천냥집인 이유는 소주 한 병이 천 냥, 즉 1,000 원이었기 때문이다. 이 집은 술과 모든 안주가 아주 쌌다. 지금은 대부분 없어진(사실 이것도 꽤 오래전 일이긴 하다) 학사주점이 당시 많았는데, 그런 학사주점보다 술 값이 쌌다.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서 정확한지 모르겠지만 대략 생각나던 메뉴와 가격을 적어보면,
- 닭볶음탕 - 8천원 (당시 가장 비싸고 푸짐&화려했던 메뉴)
- 파전(?)- 4천원
- 재첩국 무료 (무한 리필)
- 소주 - 천원
- 맥주 - 2~3천원(?)
이것들 말고도 확실하지는 않지만 간단한 술안주 메뉴인 번데기 볶음, 계란말이, 찌개, 라면 같은 메뉴가 몇 가지 더 있었던 것 같다. 넷이서 닭볶음탕과 파전을 시키면 안주가 12,000원 그리고 소주를 각 1병씩 마시면 총 16,000원이니 한 사람 당 4천원이면 1~2시간 먹고 마실 수 있었다. 2000년대 초반 근처 식당들이 대체로 2.5~6천원 선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한 번 저녁 먹는 값과 같을 정도로 싼 집이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밥 대신 술이었다.
가장 마지막 거리뷰는
네이버맵과 카카오맵의 거리뷰를 보니 카카오맵은 사진처럼 2013년 2월에 거리뷰 찍힌 것이 있고, 네이버맵은 2013년은 없고 2014년 5월엔 다른 가게로 바뀌어 있다. 카카오맵의 2014년 1월도 다른 가게로 되어 있다. 그러니 2013년 2월 ~ 2014년 1월 사이에 없어진 것으로 보인다. 혹은 그보다 더 전일수도 있다. 가게가 나가지 않아 간판이 그대로였을 수 있다.
거리뷰에 있는 수림로 85번 길은 사실 원래 천냥집이 있었던 자리가 아니었다. 2005~2006년 사이 거리뷰에 찍힌 저 자리로 가게가 옮겨졌다. 한동안 가지 못하다가 2007년 새로운 자리에 있었던 천냥집을 지인들과 방문했었다.
그간의 사연을 들어보니 원래 사장님 내외 분께서 같이 장사하셨는데, 주방을 보시던 부인 사장님께서 작고하시고 남편 사장님께서 여기 자리로 옮겨 계속 장사를 하시고 계시다 하였다. 이야기를 들을 때 마침 손님이 우리 테이블 밖에 없었고 남편 사장님께서는 카운터 쪽에 앉아 약간은 지치신 표정으로 홀로 티비를 보시고 계셨다. 남편 사장님께서 아직 손맛이 예전 부인 사장님께서 하시던 만큼은 안 된다고 조용조용 이야기들이 오가는데, 왜인지 모르게 남편 사장님의 어깨가 더 무거워 보였고, 또 처연한 기분이 들었다. 원래 천냥집은 주머니 사정이 빠듯한 사람들에게 천국 같은 곳이라 늘 사람이 북적북적하는 곳이었다. 그런데 그날따라 손님도 없고 조용했던 것 같다.
그래도 새로운 자리에서 7~8년은 더 장사를 하신 것 같은데, 남편 사장님께서 계속하셨는지 아니면 가게를 넘기셨는지 그것은 알 길이 없다.
원래 있었던 자리
원래 천냥집에 있던 자리는 GS25 부대북문점 맞은 편의 2층이었다. 가게가 옮겨지기 전인 2005년에는 거리뷰가 없었기 때문에 당시 천냥집이 있던 모습은 남아 있지를 않다. 2010년에는 OK 당구장(당구장도 원래 이 자리가 아니었다)이 있었다.